여행
2008.6.29(일)
오늘은 등산을 하루 쉬고
어머니가 치료 차 가 계시는 함양에 들러 보기로 한다.
벌써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집사람과 동생들만 몇 번 왔다 갔다 하고
장남인 내가 이제야 가본다.
시간을 일요일만 낼 수 있는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
어머니 병세가 많이 호전되었다니 다행이다.
침술가 선생님의 말씀이 한 달 정도만 더 맞으면
어느 정도 원래대로의 생활은 할 수 있으시단다.
갑갑하셨을 어머님을 모시고 근처 관광지를 둘러보기로 한다.
예전에 한번 가셨다는 남원 광한루를 먼저 가보기로 한다.
구경에 앞서 민생고부터 해결하고,
지나가다 본 간장게장집을 찾는다고 남원시가지를 몇 번이나 돌았다.
별미를 맛보려고 고생께나 했읍니다.
돌면서 보니 남원도 생각보다 도시의 규모가 엄청 크다.
기어이 찾아낸 간장게장집의 게장 맛은 내 입에는 짜서 별로 였으나,
다른 반찬들이 맛있어 밥을 한 공기 반이나 먹었다.
밥을 먹고 나오니 이슬비처럼 내리던 장맛비가 그쳤다.
광한루에 들어설 때는 해가 난다.
오래전에 한번 왔던 광한루가 다시 보니 새롭다.
예전 생각에 오작교의 잉어밖에는 다른 것이 얼핏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오작교 아래 노니는 잉어가 설마 그 잉어일까 하고 생각했으나 맞을 것 같다.
잉어의 수명이 거의 사람 수명과 같은 7-80년 이라니 말이다.
구경하는 걸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화색이 돌아 좋기는 한데,
넓은 광한루를 한 바퀴 돌아 나오니 어머니께서 힘들어 하신다.
인근에 있는 만인의총을 둘러보고,
실상사를 구경하기로 한다.
정유재란 때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한 민관군의 시신을 모신 곳이다.
전쟁은 항시 백성들의 삶을 핍박한다.
하물며 타국이 저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남의 나라를 침범할 때에 당하는 민족은 말해 무엇하랴!
유원지에는 사람들이 북적 거리는데,
성지나 이런 유적지들은 시설물만 덩그러니 있다.
참배를 하고 나온다.
천년 고찰인 실상사는 반선계곡의 하류 쪽 다리를 건너야 있다.
보물이 가득한 천년 고찰은 알려진 이름만큼이나 융성하진 않다.
커다란 절터가 썰렁하다.
그러나 절 안 구석구석 보물찾기하듯 보물을 찾아본다.
어머니를 숙소에 모셔다 드리기 위해 다시 함양 쪽으로 나오니
멈췄던 이슬비가 다시 내린다.
깊은 지리산 골짜기의 힘과
산 중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함양읍에 나오니 비가 그쳐있고, 해가 나 있다.
말로만 듣던 함양 상림에 들린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림은 들어서 상상했던 것 보다는 못하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을 이루고 있는 상림 숲은
한 가운데로 산책로가 있고,
한쪽 가에는 산책로 옆에 강이 흐르고,
또 다른 한쪽에는 산책로 옆에 연꽃을 심은 연 밭을 조성해 놨다.
여름이 제철인 연꽃은 이제 막 피기 시작하고 있다.
실상사에서부터 디카 배터리가 약해지더니
상림 연 밭에서 기어이 닫히고 만다.
예비 배터리를 준비 안했다고 구박을 받으며 하루를 접는다.